우츠세미마루-3
* 수전전대 쿄류쟈 2차창작 소설입니다.
* 쿄류쟈의 모든 영상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기본적으로 노멀입니다.
* 놋상-캔들리라의 이야기를 기본으로 합니다.
* 본편에서 확정지어 준 노멀커플(다이고-아미, 소우지-린) 외 비공식 커플이 2팀(이안-야요이, 모브여캐-웃치) 더 있습니다.
* 그 외 모브캐릭터들도 아주 많이 나옵니다.
* 라큐로의 인간모습 묘사가 있습니다.
* 여튼 동인설정이 매우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주의해주세요.
길은 아까와 같았지만 같지 않았다. 빵집의 사람들은 오히려 더욱 늘어나, 옆 건물과의 사이에 난 조그만 골목 안쪽까지 뻗어 들어갔다. 방과 후 부활동이 끝난 건지 다양한 교복을 입고 재잘대는 학생들이 역 앞 횡단보도를 채웠다. 공원 문을 아이들 몇몇이 뛰어나오며 까르륵 웃는다. 평범하고 살가운 광경이지만 아까처럼 깨끗하게 볼 수가 없었다.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심장을 움직이질 못했다. 두 시간 전, 이 길을 따라올 때 까지만 해도 가득 차 있었던 감정들은 한 번에 깎여나갔다. 무언가를 느낀다는 것만 해도 고통이다.
차가 우리 집 앞에 도착할 때 까지 웃치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헤아릴 수 없었지만, 호흡조차도 버거울 것이 분명했기에 나는 가만히 핸들만 돌렸다.
이렇게 큰 것을 낱낱이 알아 버리게 되다니. 내가 감히 이걸 보아도 괜찮은 걸까. 내가 따라오지 않았어야 했나. 아니 나라도 없었으면 웃치는 어떻게 되돌아왔을까. 무얼 해 줘야 할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웃치를 혼자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만은 알았다.
차가 멈추고, 엔진이 꺼졌지만 웃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불길한 생각이 들 정도로 고요한 모습에 순간 피가 식는 줄 알았다. 다행히 웃치의 가슴이 약하게나마 오르내리고 있어, 겨우 안심했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까. 견디기 어려운 침묵이 계속 흘러갔다. 여기에서 소리 하나라도 잘못 내면 웃치가 모래 덩어리로 파삭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저녁노을의 주황빛이 슬슬 돌기 시작한 골목 끝 하늘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나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입을 열었다.
“웃치, 우리 집에서 밥 먹고 갈래?”
“감사하지만, 괜찮소.”
한 시간 반 만에 처음 듣는 목소리다. 일단 대꾸라도 할 수 있는 정신이 있으면 그나마 낫게겠지. 차 문을 열어 주자, 웃치가 고개를 까닥 돌려 나를 내려다보다 천천히 차에서 내려왔다. 차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내가 잘못한 것처럼 가슴이 후득 떨린다.
까륵 웃는 아이의 목소리가 담을 타고 넘었다. 아마 리카가 누군가와 함께 놀고 있겠거니 싶었다. 웃치는 입술을 깨문 채, 행복이 덩어리로 뭉친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죽은 물고기처럼 하얗게 질려선, 감정이고 뭐고 생명도 느껴지지 않는 눈빛으로. 움직이고 숨을 쉬지만 무언가 중요한 것을 빼앗긴 것처럼. 이유는 안다. 알기 때문에, 이런 모습을 더욱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석상처럼 우두커니 서 있던 웃치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킹 님이 거기서 그 옷을 입고 계셨을 때, 주군께서 살아 돌아오신 줄 알았소.”
칠석 이벤트 때인가. 굳이 기억을 더듬지 않아도, 사람들의 중심에 선 킹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반짝이는 패기와 즐거움과 의외의 기품으로 빛나던. 원래 킹과 이와이즈미 모시노스케는 꼭 닮았다고 했지. 물론 킹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해도, 그렇게 차려입었으니 착각할 만도 하다.
“이미 2년 전부터 깨닫고 있는데. 킹 님은 킹 님이고, 주군 님은 주군 님. 얼굴은 닮았을지 모르겠으나 살아가는 시대도 사고방식도 분위기도 완전히 다른 사람이오. 그 때 소인도 그리 마음을 굳혔거늘…. 하지만 너무 똑같아서, 다시 한 번 주군님과 착각해 버린 건 어쩔 수 없었다오.”
과거의 사람과 현재의 사람의 괴리에 어긋날 뻔 했던 관계는 킹 본인의 선언으로 제자리를 찾았다. 킹은 킹, 주군님은 주군님. 현재를 살아가는 웃치와 함께 하는 사람은 우리다. 하지만 주군님, 우리가 모르는 여러 사람들과 지냈던 400년 전의 추억도 웃치의 것이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아니, 오히려 그 쪽이 더 애달플지도 모른다. 이미 그들은 웃치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사라져 버렸으니까.
“그제야 생각이 났소. 그 시대에 내가 남겨 두고 온 사람들은 어찌 되었는지. 그런데 소인은, 주군이 저를 감싸려다 목숨을 잃으셨던 그 곳도 알아보지 못했지 않았소이까….”
“알아볼 리가 없잖아. 그건 웃치 잘못이 아냐. 그냥 시간이 너무 지났던 거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은 분명 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것들이 시간과 함께 변한다. 웃치가 분노의 갑옷에 붙들리지 않았다 해도, 400년간 떠나지 않고 그 곳에 붙어 있었다 해도 변화를 막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웃치의 잘못이 아니다. 제발 그렇게 생각해 주길 바랄 뿐이다.
“소인은 이미 이 시간에 속한 몸. 과거에 매달리는 것은 부질없는 미련이라 생각해 잊으려 했지만, 그래도 궁금해져서…. 하지만, 역시 소인이 어리석었소. 듣지 않았어야 했던 것을. 그저 현재가 소인의 시간이라 생각하고, 마음에 묻었어야만 했소.”
웃치가 트럭에 깊숙이 등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온 몸이 차 그늘 속에 파묻혔다. 얼굴 여기저기에 다시 그림자가 진다.
“아니오, 생각해 보니 차라리 잘 찾아본 것 같구려. 소인은 그 시대에 죄를 짓고 말았소. 주군을 죽게 한 것뿐만 아니라 더욱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망가트렸소. 소인이 이 2년간 해 왔던 일로는 도저히 갚을 도리가 없을 정도로…. 그런 주제에 2년간이나 그이들의 행적을 찾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니, 정말 염치도 없지요. 이제 소인은 되돌아갈 수 없고, 되돌아가서도 아니 되오. 그걸 안 것만으로도 충분하오. 소인은 역시 이곳에서 속죄하며 살아야 하는 운명인 게지요.”
염치가 없다니. 지금에서야 겨우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된 것 뿐인데. 그래, 그 사람들은 웃치를 탓했을 수도 있지. 만나지 못한 과거의 사람들은 이해하지만, 나에게는 웃치 쪽이 더 소중하다.
나는 웃치의 팔을 붙들었다. 더 이상 생각하게 두면 웃치가 정말 부서져 버릴 것 같았다.
“웃치, 상심한 거 알아. 안다고 하는 것도 미안할 정도지만…. 그래도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만이라도 좋으니까 함께 있자. 아니면 킹이라도 불러 줄까? 아니, 킹 얼굴 보기도 힘들겠구나. 그러면 이안이나 소우지 군 집에라도.”
“놋상 님은 정말 좋은 분이시오.”
웃치가 눈을 떠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나를 바라보는 게 아니다. 지금 이 자리에는 없지만 웃치가 알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웃치의 시야에 있다.
“놋상 님 뿐만 아니라 킹 님도, 다른 동료들도, 이곳에서 만난 현대의 사람들도…. 모두 굉장히 좋은 분들이오. 한 번 악의 길에 빠졌던 소인을 순순히 받아들여 주시고, 연고 없는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고. 소인은 언제나 받기만 해 왔구려. 그 시대에서도, 지금도. 이렇게 좋은 분들이 소인을 이끌어주고 있는데, 소인은…아무것도 한 게 없으니.”
“그런 말 하지 마. 그건 아냐. 누구도, 웃치가 받기만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 없어. 물론 힘든 건 알아. 알지만…. 그래도. 그런 생각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놋상 님, 감사하오. 하지만,”
웃치가 허리를 숙였다. 나는 말을 더 이상 이을 수 없었다. 과거가 송두리째 부서진 사람에게 해야 할 말이 뭔지, 몰랐다.
“하지만…홀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소.”
***
홀로 집으로 들어오는 몇 발자국이 너무나 무거웠다. 웃치를 데려다 줬어야 했지만, 여기에서 더 이상 들러붙는 것도 괴로울 거라 생각하니 어쩔 수 없었다. 개운하지 않은 마음으로 신발을 벗고 대청 위에 오르자, 뭐가 좋은지 라큐로와 함께 바닥을 뒹굴던 리카가 쪼륵 달려왔다. 삼촌! 하고 허리에 답삭 매달리는 아이의 온기가 닿으니 몸이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다. 라큐로가 돌아왔어? 하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림을 그리고 있었나 보다. 그러고 보니 요즘 리카랑 둘이서 신야 씨에게 그림 배우러 다닌댔지.
부엌 쪽에서 유코가 고개를 빼꼼이 내밀었다.
“잘 다녀왔어? 뭐 좀 알아낸 거 있어?”
리카를 한 번 얼러준 뒤, 부엌으로 들어가자 좋은 냄새가 났다. 고기 감자조림인가. 웃치도 함께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 눈으로 다시 한 번 묻는 유코에게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결과가 좋진 않았어. 웃치가 상처 많이 받았을 정도로.”
나는 간단하게 일의 경과를 설명해 주었다. 이야기를 듣던 유코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다. 살짝 빨개진 것도 같다.
“저런…어쩐담. 너무 안 됐다. 정말 상심했겠네. 웃치 씨는? 저녁이라도 함께 하자고 하지.”
“혼자 있고 싶대. 같이 있자고 몇 번이나 말해 봤지만 본인이 완강해서, 일단 돌려보냈어. 나도 저녁 먹여서 보내고 싶었는데. 그냥 누구랑 함께 있는 것 자체가 힘든가 보더라.”
“그 정도야? 하긴, 그럴 만도 하겠다. 일단 오늘은 혼자 있게 두고, 나중에 시간 내서 보러 가야겠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 줘.”
“그럴게. 캔들리라는?”
“작업방에서 종이꽃 만들어. 아까 셋이서 달라붙어서 많이 해 놨어. 4분의 3 정도 만들어 둔 것 같은데.”
작업방 안에 쪼그려 앉아 꼬물거리는 캔들리라의 등이 보였다. 하얀 손에서 색색의 종이라 구겨지고 자리를 잡아 풍성한 꽃을 만들어냈다. 분명 아침에는 조금 서툴렀던 것 같은데, 이젠 제법 능숙하게 만든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콧노래까지 흥얼댄다. 몸을 짓누르고 있던 뭉근한 기운들이 싹 날아가는 것 같았다. 이런 거, 나쁘지 않은데.
“손은 안 베었대?”
“손이 베기는 무슨, 조금 만들고 나더니 잘만 하더라.”
“다리는 안 아프대? 허리는? 좀 쉬게 뒀어? 지겨워하지는 않아?”
“그 정도 쪼그려 앉아서 일하면 누구나 다리 허리 아프거든? 그리고 점심 잘 먹이고 산책 겸 시장도 잘 보고 왔거든? 지겨워하긴 무슨. 꽃이 너무너무 예쁘다고, 이걸로 사람들 기뻐하겠다면서 즐거워하더라. 무슨 물가에 내놓은 애도 아니고, 걱정도 팔자야.”
음, 그래도 말이지, 캔들리라에겐 이런 인간의 일은 거의 처음이고. 캔들리라가 이 일을 힘들어하면 나도 싫은 걸. 캔들리라는 정말 괜찮은 걸까, 이런 일을 해도. 지금이야 힘쓰는 일도 마다않고 웃으며 즐겁게 하지만 언젠가는 지겨워지지 않을까. 다른 일을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이 일을 꺼리게 되지 않을까.
나를 떠나지 않을까.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서성이고 있자니 옆구리에 강렬한 충격이 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여러분 여기 좀 보세요 여동생이 저를 죽일거예요오오오오오! 사정없이 내 살을 잡아 비틀며, 유코가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댔다.
“오빠, 정신 사나워! 그런 식으로 얼쩡댈 거면 가서 돕던가!”
“맞다, 그런 방법이 있었지!”
“뭐어? 나 참, 정말 기가 막혀서!”
유코가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내 등을 한 번 철썩 때린 후, 작업방 쪽으로 홱 밀었다. 요즘 들어서 유코에게 이래저래 태클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은데 내 착각인가요오. 기세에 밀려 방으로 들어서니 캔들리라가 그제야 고개를 들어 내 쪽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는다. 심장이 통통 뛰어올랐다.
“안녕. 나 왔어.”
“어머, 왔어? 미안. 나 정신없어서 오는 소리도 못 들었네.”
“아냐, 괜찮아. 많이 만들었네. 굉장히 예쁜 걸. 받는 사람들이 기뻐할 거야.”
“진짜~? 그랬으면 좋겠어!”
캔들리라가 까르륵 웃으면서 다 만들어진 꽃을 허공으로 휙 던졌다. 날아오른 꽃이 나풀대며 공중에서 잠깐 머물다, 다시 캔들리라의 손 안으로 떨어졌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캔들리라가 또 깔깔 웃는다. 나는 그 앞의 빈자리에 앉아 종이를 집어 들었다. 확실히 양이 많이 줄었다. 납기일 이전에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다 집에 일손이 늘어난 덕분이겠지.
종이를 접으며 캔들리라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누구 의뢰였어?”
“일은 아니고, 웃치가 볼일이 있었어. 꽤 멀리까지 다녀오느라 차가 필요했거든.”
“그렇구나. 무슨 일이었는데?”
“도골드에게 몸을 빼앗긴 후, 자신이 알던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나 봐. 이안이 전문가를 연결해 줘서 그 쪽에 가 봤어.”
“후응…. 어떻게 되었어?”
“잘 안 됐어. 연고가 있는 곳은 찾았는데, 뭐 이래저래 마무리가 좋지는 않았던 모양이더라고. 다들 불행하게 끝났나 봐. 유품도 못 찾았고, 남은 건 작은 비석 하나뿐이더라고.”
“어머나. 굉장히 슬펐겠다, 쿄류 골드.”
캔들리라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방글방글 웃고 있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이런, 말하지 말았어야 했나. 캔들리라까지 우울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는데. 방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손끝에서 종이 접히는 소리만 사각사각 들려왔다.
꽃을 몇 개나 만들었을까, 캔들리라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이상하네. 왠지 이해가 가는 걸.”
캔들리라의 손에서 피어난 꽃이, 상자에 있던 다른 꽃들에 섞여 들어갔다.
“나랑 라큐로도 비슷한 처지니까….”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랬구나. 그런 거구나. 지금 캔들리라가 막막해도 어떻게든 이곳에서 살아나가려 하는 것처럼, 웃치도 그랬겠지. 웃치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400년 후를 받아들였다. 우리는 순수한 호기심으로 생각했지만, 웃치에게는 생존과 관련된 문제였던 거다. 지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으니까. 돌아갈 수 없으니까.
“마지막에 미움 받긴 했어도, 카오스님을 내 손으로 보내긴 했어도…. 난 그 사람들 좋아했어. 인간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나쁜 사람들이니까 화내려나. 그래도 좋은 동료들이었어.”
데보스 군 내부의 일은 잘 모른다. 상황을 통해 대충 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엔돌프에게 죽을 뻔 한 도골드를 구하고, 쫓겨난 라큐로를 달래러 가고, 죽어가는 아이가론을 보며 슬퍼했던 캔들리라를 안다. 그리고 다 죽어가면서도 자신을 원수로 여기는 이에게 매달려 좋아하는 여자를 지켜 달라며 애원하던 아이가론을 기억한다. 의외로 라큐로에게는 꽤 친절했던 도골드도 기억하고 있다. 데보스 군은 우리의 적이었고 웃치와 이안과 토린과 사람들에게 저지른 짓도 없어지지 않지만, 캔들리라가 그들을 동료로 아꼈던 마음은 진심이다.
“나는 라큐로랑 함께 있고, 또 눈 떠보니깐 뿅! 하고 400년이 지난 건 아니야. 하지만,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모두 없어지고 단 둘만 남았다고 생각하면…. 역시, 여기가 아프긴 해.”
캔들리라가 방글방글 웃으면서 심장 쪽을 주먹으로 콩콩 두드렸다. 웃고 있지만 눈빛이 어지러이 떨리는 건 숨기지 못한다.
“이게 슬픔이라는 걸까? 아이가론이 얻고 싶었던 건 이런 걸까?”
꽃을 피워 올리던 손이 멈췄다. 작은 방 안에 울리던 종이 소리가 사라졌다. 오늘은 왜 이렇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만 들어오고 있을까. 맨들맨들한 종이를 손가락 끝으로 문지르던 캔들리라가 한숨 쉬듯 말을 이었다.
“그런 거라면, 아이가론도 정말 가엾네. 이런 게 힘의 원천이라니. 이렇게 아픈 걸 만들어 내어서 삼켜야 했다니…."
아, 그래, 이 표정. 아까 웃치와 꼭 닮았다. 없는 사람들의 자취를 더듬던. 캔들리라의 얼굴을 통해 보니 더욱 괴로워졌다. 웃치는 지금 무얼 품고 있을까. 언제나 기뻐하던 사람이 들은 것만으로도 힘들어할 정도의 일인데, 본인은 속으로 무얼 어찌 삭이고 있을까.
캔들리라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종이가 접힌다. 생명은 없지만, 사람들에게 기쁨을 가져다 줄 꽃이 생겨났다.
“나 이상하지? 나는 기쁨만 생각하면 되는데. 왜 갑자기 이런 게 궁금해진 걸까?”
“아냐, 좋은 일이야. 그렇게 생각해 주는 거, 아이가론도 좋아할 거야.”
“고마워. 쿄류 블루도 얼굴 펴. Keep Smiling~”
“엥, 나 그렇게 얼굴 구겨져 있었어? 얼척 없는 얼굴?”
나도 함께 심각해져 있었던 건가. 당황해 보이지도 않는 얼굴을 쓸어 보았다. 느껴지는 건 까끌까끌한 수염뿐이다. 이거 면도 좀 해야겠네.
“얼척 없는 얼굴…. 꺄, 꺄하하하하하하! 어떻게 해! 빵빵 터지잖아!”
캔들리라가 다 만들어진 꽃을 내동댕이치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역시 캔들리라는 웃는 게 제일 보기 좋아.
복도를 따라 아이의 발소리가 콩콩콩 다가왔다. 문 앞에서 리카가 큰 소리로 외친다.
“삼촌, 캔들리라 언니, 저녁 드세요오!”
“드세요오!”
라큐로의 장난에 리카가 까르르 웃었다. 유코가 피식 웃으면서 김이 올라오는 커다란 냄비를 들고 나왔다. 그 뒤를 접시를 잔뜩 든 라큐로가 따른다. 손목이 저린지 다른 손으로 주무르던 캔들리라가 눈이 휘둥그레 해 져 벌떡 일어났다. 나를 지나쳐 방을 빠져나가며 외친다.
“유코 씨, 도울게! 잠시만!”
유코가 어머, 이미 다 준비 되었는데, 하며 대꾸하는 소리가 들렸다.
심장에 얹힌 무거운 것들이 어느 새 가벼워졌다. 내일도 힘내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유코도 리카도 건강하고, 라큐로도 즐거워하고, 캔들리라가 웃고 있으니까. 웃치를 생각하면 다시 가슴이 저릿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추슬러 볼 요량이었다. 우리마저 함께 휩쓸려 버리면 웃치는 계속 생각에 파묻혀 버린다.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그저 잊으라고 할 수는 없지만, 웃치가 조금이나마 떨쳐내고 지금을 살아갈 수 있도록 붙들고 싶다. 웃치가 그들을 귀하게 여겼던 것처럼, 우리도 웃치가 소중하니까. 웃치가 이 시간에서 우리와 함께 행복하길 바라니까.
그래, 일단 오늘은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잠도 푹 자고, 내일 일도 열심히 하고, 쉬는 시간에 모두에게 이 일을 알려주고, 다시 한 번 웃치를 만나보자. 모두 함께 노력한다면 웃치도 마음 추스를 수 있겠지. 킹을 직접 대면하는 건 좀 주의해야겠지만.
나는 작업방을 나섰다. 짭짤하고 달콤한 오늘의 냄새가 폐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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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치편이 이상하게 마무리되었스빈다. 웃치...아임 쏘 쏘리...벗알라뷰...
그리고 모브여캐가 나와서 당황하신 분들께도 죄송합니다...암쏘쏘리벗알라뷰...웃삐 듣고있냐! 이게 다 네가 탄생하길 바라는 나의 삽질이었단다...후...물론 묘사한 것처럼 이 아가씨는 쿄류쟈 본편 33화에 잠깐 나온 아가씨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써내려갔습니다. 솔직히 웃치 자신이 스스로 후ㅋ사ㅋ를 보려고 하진 못할 것 같고 여성 쪽에서 웃치를 데려가야겠기에...웃치를 좋아하는 적극적인 아가씨들이라면 희망이 있겠다 싶었던 것입니다! 듣고있냐 웃삐!
좀 이야기가 고구마하게 마무리되었다! 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맞습니다! 이건 장편이기 때문에! 웃치의 이야기는 아직 안 끝났습니다! 그리고 다른 캐릭터들도 이제부터 구르기 시작합니다! 신나여! 망했어여! 제가 이걸 마무리지을 수 있을까여 과연! 에잇 이렇게 된 이상 데비우스를 다시 부를테얌(빙구
(제가 이걸 이을 정신머리가 생긴다면) 다음 편은 이안 이야기입니당.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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